음악 청취, 외국인 가수 인식 못해…일정 물으면 바로 응답해 ‘쓸만’
AI 홈 비서에 대한 열망이랄까요. 아리아는 싸지만은 않은 가격(9만9000원)에도 이틀 만에 사전에 준비한 물량 2000대가 모두 팔리는 등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흡족합니다. 아리아는 흰색의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어 집 안 내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초록, 파랑, 빨강 등으로 빛나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내장돼 있어 방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리아 설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선 스마트폰에 누구 앱부터 깔았습니다. 누구 앱 구동 뒤 스마트폰을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했고, 아리아도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빈번하게 오류가 났고, 같은 작업을 무한 반복해야 했습니다. 아리아 하단에 부착된 시리얼번호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게 됩니다. 전자기기 사용에 능숙하다고 판단되는 기자도 아리아를 구동하는 데 20여 분이나 소요됐습니다.
기능은 ‘절반의 성공’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아직 사용처가 많지 않은 만큼 쓸모가 많지는 않은데요. 음악 청취, 일정 확인, 알람 설정, 날씨 체크 등의 기능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SK텔레콤 스마트홈 가전 7종을 쓰고 있다면 이 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어 아리아가 더 유용하게 쓰일 수는 있겠습니다.
일정 확인은 쓸 만해 보입니다. 구글 캘린더 앱에서 일정을 입력한 뒤 아리아에게 “오늘 일정을 알려줘”라고 묻자 입력된 메시지를 읽어줬습니다. 발음이 또렷하지 않은 점은 개선해야 것으로 보입니다. 알람 설정은 에러 없이 수월하게 작동했습니다. 다만 날씨 체크 기능은 오늘, 내일만 가능하고 그밖에는 ‘죄송해요’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 기자의 여러 요청을 계속 이해하지 못해 ‘죄송해요’를 연발하다가 어느 순간 ‘다이나믹 듀오’ 노래를 부탁했더니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을 틀어드릴게요”라고 답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수많은 요청을 인식하지 못한 자신을 ‘죽일 놈’에 빗댄 듯한 상황이 연출된 것인데, 우연일 것으로 믿습니다.
아리아가 기자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음성 인식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제어할 수 있는 기기가 확대되면 집 안 분위기와 일상을 바꾸는 태풍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