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슈퍼히어로’인가
이젠 부정하지 말자. 우린 슈퍼히어로만 보길 바란다. 보통 인간이어선 안 된다. 한국에서 연예인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
대중문화가 ‘초인의 세상’이 될 낌새는 이미 보였다. 진작부터 할리우드 영화는 내다봤으리라. 만화 속에나 살던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했다. 한국도 뒤따랐다. 웹툰을 넘나들고(MBC드라마 ‘W’), 과거와 통화하며(tvN ‘시그널’), 속마음까지 들을 수 있거나(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백 년간 살아 있다(SBS ‘별에서 온 그대’).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현실과 가상의 멜팅폿(melting pot) 효과’라고 불렀다.
맞다. 아무리 가난해도 재벌 2세(혹은 실장님)가 사랑해주는 그들은 원래부터 특별했다. 평범하지 않으니, 그런 역할 맡아도 어색하지 않은 거다. 그런 초인적 능력에 감화한 시청자들이 그들은 현실에서도 슈퍼히어로가 돼야 한다고 믿는 거다.
이 때문에 초인들의 실수에 무섭도록 엄격하다. 소녀시대 티파니 사건이 그렇지 않을까. 광복절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다니. 금방 내렸다는 건 대중에게 변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반성문도 진정성 논란만 키웠다. 결국 그는 출연하던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했다.
딱히 두둔할 생각은 없다. 연예인은 누리는 만큼 책임이 뒤따른단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 TV 프로그램 관둔다고 생활이 어려워질 리도 없다. 허나 한 ‘20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한 번쯤 돌이켜봤으면. 성 차별적 요소는 잠시 접어두고 상상해보자. 내 누이가 뭔가 잘못을 저질러 회사에서 쫓겨났다. 숱한 비난과 멸시를 받으며. 그럼 우린 “나가라는데 어쩌겠어. 먹고살 만하니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언젠가부터 연예인을 분노 표출의 표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모르긴 해도 조카가 독립투사를 몰랐다고 해서 매국노라 부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연예인에겐 쉽게 인격모독을 저지르죠. 그런데 이번 사건만 봐도, 욱일기 이모티콘을 만든 ‘스냅챗’을 향한 비난은 크게 들려오지 않습니다. 요즘 연예인을 보는 도덕 기준은 정치인이나 종교인보다도 높아요. 온갖 회한을 그들에게 푸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