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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휠체어탁구 금메달 걸어줄게요”

입력 | 2016-09-06 03:00:00

리우 패럴림픽선수단 최연소… 16세 태극소녀 윤지유양의 꿈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윤지유가 4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탁구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명랑한 아이였다. 또래들에 비해 움직임도 많았다. 그런 큰딸이 원인 모를 이유로 척수 주위 혈관이 터져 휠체어에 앉게 된 것은 세 살 때. 엄마 김혜숙 씨(49)는 “하늘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한동안 살기도 싫었다”고 말했다.

8일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탁구 대표팀의 윤지유(16·서울시청)는 한국 선수 81명 가운데 최연소다. 3년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꿈나무 캠프를 통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윤지유는 2015년 코스타리카오픈, 벨기에오픈에 이어 올해 슬로바키아오픈대회 등 3개 국제대회 단식에서 잇달아 정상에 오르는 ‘깜짝 활약’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지유가 탁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김 씨는 “지유가 탁구를 치고 싶다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탁구장은 많아도 휠체어를 탄 아이가 탁구를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숱하게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허락해 주는 탁구장을 찾았고 그곳 주인으로부터 “수원시장애인복지관에 가면 마음껏 휠체어탁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윤지유는 엄마와 함께 집이 있는 경기 용인에서 수원을 오가며 탁구를 배웠다. 어린 여자아이가 탁구를 치는 것을 기특하게 여겼던 ‘프로급’ 아저씨들이 돌아가며 강사 역할을 해준 덕분에 윤지유는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칠 즈음 윤지유는 “탁구 선수가 돼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선언했다.

김 씨는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지유의 쌍둥이 여동생이 “언니한테 하는 것 반만큼만 나한테 신경을 써 달라”며 투정을 부렸지만 김 씨는 “너는 멀쩡한 두 발로 가고 싶은 곳 다 가고, 하고 싶은 일 다 할 수 있지만 언니는 다르다”며 다독였다.

소속팀도 없고 국가대표도 아니었기에 각종 대회에는 자비로 나가야 했다. 김 씨는 장애인체육회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며 대회 참가 신청을 했고 딸과 함께 ‘외로운 투어’를 이어갔다. 이름 있는 코치를 찾아가 레슨도 받게 했다. 김 씨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윤지유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입촌식이 열린 4일(현지 시간) 김 씨는 “지유한테 한 번도 메달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지금도 한국에서처럼 일상에 대해서만 대화를 한다. 탁구를 시작한 뒤로 성격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게 고마울 뿐이다. 사랑을 뺏겼다고 생각해 서운함을 토로했던 작은딸도 이제는 ‘언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더라”며 웃었다.

최연소 대표가 돼 입촌식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윤지유는 해맑게 웃으며 “글쎄요. 너무 더웠어요”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엄마 얘기를 꺼내자 이내 표정이 달라졌다. “제 체급에 아주 센 선수가 있어요. 그래서 ‘메달은 따도 우승은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엄마를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

리우데자네이루=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