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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수용]‘흙수저 장관’의 뒤끝

입력 | 2016-09-06 03:00:00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8월 당시 윤여준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고사하던 윤 수석에게 YS는 “전문가를 썼더니 자기 분야밖에 모르고, 다른 부처하고 싸우고,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며 설득했다.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은 ‘창조 리더십’에서 “장관이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는 것은 전문성만이 아니라 보편적 안목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신상 털기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청문회 말고는 공사를 구분 못하는 구태 관료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주인 없는 회사는 주인 없는 목초 공유지와 비슷하다. 정피아 관피아들이 풀을 무한정 뜯어먹어 황폐해진 공유지가 우리 사회에 차고 넘친다. 그나마 청문회를 의식해 고위 관료들이 공유지의 유혹 앞에서 몸을 사리는 것은 사회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그제 모교인 경북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이) 시골(경북 영양)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청문회가 진행될 때도 그가 경북대를 나온 것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가 무시받는 시골이라는 말에 공감할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면 청문회장에서 단호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YS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걸쳐 교육 장관을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장관의 자질로 상황 판단 능력, 비전, 정치력, 전문성, 조직 관리 능력, 공공심을 들었다. 장관 후보자의 가장 큰 흠은 흠을 흠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크든 작든 공직에 있으면서 사적 이익을 누렸던 김 장관이 차라리 ‘장관까지 될 줄은 몰랐다’거나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흠들은 모두 내 불찰’이라고 사과하면서 ‘이제 장관 일을 열심히 잘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했더라면 그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