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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중기간에… 中, 남중국해 섬 주변 선박집결 ‘신경전’

입력 | 2016-09-06 03:00:00

[G20 정상회의]
아세안회의 앞두고 영유권 과시… 美, 중국의 외교결례 논란 관련
“中, 언제나 그렇듯 고급스러워”… 트윗 올렸다가 비난 일자 삭제




중국이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고 있다. 개막 하루 전인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항저우 공항 도착 당시 중국 당국이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제공하지 않아 ‘의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5일에는 영유권 분쟁도서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 중국 함정들을 대거 집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패소한) 남중국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정 수용을 강하게 촉구했음에도 중국 측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주권’ 수호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델핀 로렌차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과 준설선 등 10여 척이 모여 있는 장면을 공군이 촬영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필리핀 당국은 특히 토사를 굴착하는 준설선이 투입된 점으로 미뤄 중국이 이 일대에 인공섬과 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필리핀은 또 7일로 예정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서 약 200km 거리인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중국이 2012년부터 실효 지배 중이다. 미군 군사거점인 필리핀 수비크 항에서 약 220km에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올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스카버러 암초 일대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전면 부정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6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같은 행동에 나선 이유는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힘에 의한 암초 지배를 이어가겠다는 자세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은 트위터에 ‘중국은 언제나 그렇듯 고급스러워(Classy as always China)’라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결례를 비꼬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하고 사과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레드카펫이 깔리지 않은 중간 부분 문을 통해 내려온 것은 “미국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며 미국 언론들이 논란을 키웠다고 비난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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