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시진핑에 사드 불가피성 강조
사드 접점 못찾은 ‘46분 회담’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중국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라는 당위론과 국가원수로서 국민 보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감성적 접근법을 통해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항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김 수석이 외교관 출신답게 은유적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한중의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다만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앞으로 대화는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장관회담과 다른 중국의 태도
박 대통령은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북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심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정상회담의 발언 수위가 이 정도나마 관리된 것은 중국통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막판까지 줄다리기한 결과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나온 반응 가운데 중국이 가장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한중 인식 차 해소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숙제로 남게 됐다.
○ ‘사드 조건부 배치론’의 효과
박 대통령은 6일 항저우를 떠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로 향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라오스로 간다. 한중 정상은 9일까지 나란히 라오스에 머물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 총리는 경제담당이어서 박 대통령과 사드 문제를 협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대통령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야 시 주석을 다시 볼 수 있다. 그때까지 북핵 위협이 해소되면 사드를 철수한다는 ‘조건부 배치론’으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사드 갈등 해결의 관건이다. 내년 12월 배치 완료라는 시간표에 맞춰 한미가 배치 지역 확정, 미국에서 사드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 발송, 한반도 도착 등 단계를 밟을 때마다 중국과 사드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틀을 견지하면서 각국의 우려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과의 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지금은 대화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대북 압박외교로 북한의 핵개발 셈법을 바꿔놓아야 한다’는 한미일의 접근법과 사뭇 다른 것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