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3년짜리 예금이자, 1년짜리보다 적어 초저금리시대 ‘재테크 상식’ 깨져
《 직장인 이모 씨(33)는 최근 A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인터넷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만기가 1년 더 긴 데도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1년 전만 해도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았는데 차이가 없어져서 눈을 의심했다”며 “은행에 돈을 오래 맡겨 놓으면 당연히 이자도 더 높게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장기 상품에 돈을 묶어 놓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에서도 장단기의 금리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다는 예·적금의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1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3년 만기 상품보다 오히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 1년>3년, 역전된 금리
은행들은 예금 상품에 대해 1년 만기와 3년 만기의 금리 차를 보통 0.10∼0.20%포인트 정도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은 1년과 3년의 금리 차가 0.08%포인트에 불과하다. DGB대구은행의 ‘DGB행복파트너예금(일반형)’도 0.0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깊어지는 대형 은행들의 고민
장단기 예·적금 금리가 같아지거나 역전되고 있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가입할 때 정해진 금리가 3년 동안 적용되는데, 고객이 가입한 후 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은 계속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B은행 금리 담당자는 “예금 금리는 국고채 금리 등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한다”며 “현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대형 은행에까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현재 일부 상품의 금리 역전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 등 개별 은행마다 각각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은행으로까지 확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