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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희망이다]출동, 학대받는 아이들의 수호천사

입력 | 2016-09-07 03:00:00

<1> 현대차의 ‘아이케어 카’ 사업
아동보호기관에 3년째 차량 후원… 상담사들 신속한 이동에 큰 도움
40대 82만km 달려… 수리비 지원도




《 지난해 전국 56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학대 피해 건수는 1만9204건. 하루에 53건꼴로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학대 피해자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이 너무도 많다. 이들에겐 이웃의 관심이 곧 미래를 위한 희망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는 5회에 걸쳐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27가길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사들이 ‘아이케어 카’ 주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년째 아이케어 카를 후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 태어난 지 백 일도 안 된 아기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기관 상담사들은 서둘러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집에 두고 술에 취한 채 밖에 나와 있었다. 상담사 둘이 각각 아빠와 엄마를 만나는 동안 다른 상담사가 집에서 아기를 데려나왔다. 다행히 외상은 없어 보였지만 워낙 비위생적 환경에서 오래 지낸 터라 아기는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해야 했다.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를 모두 관할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속성’이다. 이곳을 찾은 5일에도 상담사들은 전날 밤 접수된 2건에 대해 응급조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형희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은 “아이들이 학대 상황에 노출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지구대 경찰이 가장 먼저 출동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려면 상담사들도 그에 못지않게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한 기관이 몇 개 시군을 관할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진주시, 사천시,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 거창군, 남해군을 모두 맡고 있다. 아동보호 상담사들이 현대자동차가 3년째 후원하고 있는 ‘아이케어 카’ 사업에 특별한 고마움을 갖는 이유다. 현대차는 2014년과 지난해에 걸쳐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차 40대를 기증하고 노후차량 100대에 대한 수리비도 지원했다. 차량 40대가 올해 8월까지 달린 거리는 총 81만6000여 km. 현대차는 올 하반기(7∼12월)부터 1년간 신차 20대와 노후차량 50대 수리비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케어 카는 상담사들의 이동수단도 되지만 학대 피해 현장에서 막 벗어난 아이들과 첫 상담이 이뤄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가해자와 가장 빨리 격리시킬 수 있는 보호공간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케어 카의 겉은 모두 ‘밝은색’으로 래핑을 했다. 시트커버 색깔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파란색이다.

아이케어 카가 공급되면서 학대 피해 어린이들에 대한 상담사들의 후속 조치도 용이해진 편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아동용 카시트나 안전벨트를 아이케어 카에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대차와 논의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