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41명 사상’ 봉평터널 참사 2차 공판
법정에 들어선 피고인의 얼굴에선 아무런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초점 잃은 두 눈은 텅 빈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판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묻는 판사의 질문과 변호인의 추가 증거자료 요청 뒤 10여 분 만에 끝났다. 6일 오전 강원 영월군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봉평터널 추돌사고 2차 공판이 열렸다. 가해 운전자 방모 씨(57)의 국선변호인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사고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방 씨가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느라 피해 차량을 늦게 발견했다”며 “앞 차량이 주행 중인 것으로 착각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터널 구간의 차량 흐름을 착각해 사고를 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 역시 넓은 의미의 ‘졸음운전’으로 보고 있다.
방 씨는 변호인을 통해 뒤늦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사고 직후에는 죄책감에 유족들에게 미처 사과를 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조만간 서신으로라도 유족들에게 사죄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1차 공판에서 유족들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용서를 빌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방 씨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 재판 초기이지만 방 씨는 고의성이 없는 ‘과실 사고’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방 씨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도 선고 형량은 3년을 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과실범의 처벌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사업용 차량의 과실은 양형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