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어, 오징어가 늘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은 갑오징어, 문어 등 전 세계 바다에 사는 두족류 중 35종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53년부터 2013년까지 60년 동안 모든 종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다른 바다 생물 개체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결과였다.
사람이 문어와 오징어의 포식자인 상어와 곰치 등을 마구 잡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상어는 40년 동안 전체 종의 4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만큼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 더블데이 박사는 “두족류는 주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산다”며 “두족류 연구는 바다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 5억 년 동안 진화한 두족류
두족류는 머리에 다리가 달린 동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 우리가 머리라고 부르는 곳은 실제로 내장기관이 들어 있는 몸이다. ⓒkaycircle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두족류는 딱딱한 껍데기가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초기 두족류인 노틸로이드는 나선형으로 생긴 딱딱한 껍데기 속에 부드러운 몸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나타난 벨렘나이트는 오징어처럼 생긴 몸속에 화살촉처럼 생긴 길고 뾰족한 뼈를 갖고 있었다.
현재 바다에 사는 대다수 두족류의 뼈는 아주 작거나 아예 없다. 포식자를 피해 빠르게 도망갈 수 있도록 딱딱하고 무거운 껍데기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노틸로이드가 11m, 벨렘나이트가 2m인 것과 비교해 몸집도 점점 작아졌다.
○ 상어 나타나면 샤샤샥! 갑오징어의 ‘은신술’
갑오징어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생체 전기 신호를 줄여 은신한다. ⓒHans Hillewaert
미국 듀크대와 조지아서던대 공동 연구팀은 갑오징어의 은신 능력을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수조 안에 있는 갑오징어에게 상어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는 영상을 보여 줬다. 그전까지 지느러미를 살랑거리며 편안하게 움직이던 갑오징어는 상어 그림자를 발견하자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촉수로 몸에 있는 구멍을 막았다. 이는 몸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갑오징어는 몸에 있는 구멍을 통해 호흡이나 배설과 같은 대사 작용을 하는데, 이때 10∼30μV(마이크로볼트)의 약한 전기 신호가 나온다. 이건 AAA 건전지의 7만5000분의 1 정도 전압으로, 아주 약한 세기다.
○ 문어 닮은 인공피부
문어를 닮아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빛을 내는 인공피부. ⓒCornell Univ
최근 문어의 피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쭉 늘어나고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인공피부가 개발됐다. 이 인공피부는 겉으로 보기엔 얇고 불투명한 실리콘처럼 생겼다. 하지만 손으로 잡고 늘리면 밝은 빛을 낸다.
미국 코넬대 로버트 셰퍼드 교수 연구팀은 잘 늘어나는 실리콘층 사이에 빛을 내는 얇은 장치를 넣었다. 이 장치는 압력을 감지할 수 있어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화가 생기면 전기가 흐르면서 빛이 난다. 이 인공피부는 원래 크기의 6배까지 늘어나고, 둘둘 말거나 길고 얇게 늘릴 수 있는 등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피부를 활용해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셰퍼드 교수는 “인공피부 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소프트 로봇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