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초대 민선 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된 그가 1997년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당시로선 새로운 정치 사건이었다. 지금은 지자체장 감투를 쓰자마자 자천타천으로 ‘대권’을 주워섬기는 시대가 됐다. 북미를 순방하며 ‘정권 교체’를 외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필두로 1일 “친노 친문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안희정 충남지사, 경기도정과는 아무 상관없는 모병제(募兵制) 도입으로 군불을 때는 남경필 경기지사에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급기야 6일 기초단체장(이재명 성남시장)까지 광주를 방문한 뒤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 운운하며 숟가락을 얹었다.
▷지자체장들이 너도나도 대선에 발을 들이미는 것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꽃놀이패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공직 사퇴 시한은 선거 90일 전. 내년 여름 당내 경선 때까지 현직을 갖고 지자체 예산으로 대선놀음을 하며 한껏 몸값을 올려놓은 뒤 경선에 떨어져도 감투는 유지된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