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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값이 미쳤다

입력 | 2016-09-08 03:00:00

경작지 줄고 폭염-가뭄 겹쳐… 한달새 2배이상 껑충 ‘金추’




배추 값이 불과 한 달 새 2배 이상으로 뛰면서 한 포기에 1만 원이 넘는 ‘금(金)추’까지 등장했다. 고랭지 배추밭이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올여름 폭염과 가뭄까지 겹쳐 배추 값 고공행진은 다음 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내놓은 ‘배추 가격 급등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上品) 10kg 기준 평균 1만5250원으로 작년 8월(6867원)보다 122% 급등했다. 최근 5년간 평균보다도 92% 높다.

장바구니 배추 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현재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8186원으로 한 달 전(3904원)보다 109% 급등했다. 일부 마트에서는 포기당 1만 원이 넘게 팔리고 있다.

배추 값이 급등한 것은 강원 지역의 배추 재배지가 줄고 있는 데다 올해 이례적인 폭염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7∼9월 배추는 대부분 고랭지인 강원도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의 배추 재배 면적은 2013년 5099ha에서 지난해 4368ha로 14%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4%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배추 재배에 적합한 지역 자체가 줄었고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배추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각종 해충과 병해(病害)가 확산되면서 배추 생산량이 30%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폐기됐던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들도 높은 가격을 받고 출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배추 값 급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필 한은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통상 김치 제조업체들이 산지에서 배추를 전량 조달하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달려 30% 정도를 도매시장에서 조달하고 있어 배추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준고랭지 지역의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10월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 김장철 가계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음식점들이 값싼 중국산 수입 김치를 더 많이 찾음으로써 배추 가격 상승세를 다소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7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포장 김치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이마트의 포장 김치 매출 증가율은 7월부터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다. 7월(17.4%), 8월(18.2%)에 이어 이달 1∼6일에는 작년보다 매출이 59.1% 급증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들어 포장 김치 매출이 41.3%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보다 포장 김치를 사는 게 더 싸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포장 김치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쇼핑에서도 포장 김치가 ‘귀한 몸’이 됐다. 방송에 나오는 족족 금세 팔리지만 물량을 대지 못해 편성 횟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이달 3일 종가집 김치 3500세트를 팔기 위해 40분 방송을 편성했는데 방송 시작 15분 만에 모두 팔렸다. 6일에도 19분 만에 5300세트가 완판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물량이 없어 추석 전에 더 이상 김치 판매 방송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