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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추석 뺀 추석 마케팅

입력 | 2016-09-08 03:00:00

명절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 늘자…
판매사원들 한복 대신 정장… 카탈로그엔 전통문양 안실어
‘혼놀족’ 위한 상품 크게 늘어




‘워킹맘’ 이지영 씨(33)는 명절이 오는 게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양가 어른 선물 지출에 차례 준비까지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이 씨는 “일하랴 미리 명절 준비하랴 매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씨처럼 ‘추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추석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추석 마케팅에 ‘명절 분위기’를 빼기 시작한 것이다. 명절에도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들)’이 늘어 이들을 위한 명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카탈로그의 첫 페이지를 ‘추석스럽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통업체의 명절 카탈로그는 선물세트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업체마다 추석 판매 전략이 응집돼 있다. 이마트는 첫 페이지에 젊은층이 추석에 하고 싶어 할 만한 풍경을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판매사원들에게는 한복 대신 정장을 입을 것을 권했다. 매장에 진열된 선물세트에도 전형적인 명절의 이미지인 보자기를 뺐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소비자 분석 결과 특히 30, 40대 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에는 의무보다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느끼게 하기 위해 새로운 명절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까지 전통 문양을 활용해 추석 분위기를 한껏 표현한 선물세트 카탈로그를 만들었지만 올해에는 전통 문양 등을 뺀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전 고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판교점에서는 미술 전시회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명절에도 나 홀로 놀고 싶은 혼놀족을 위한 상품군도 늘리고 있다. 명절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가정 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편의점 CU가 최근 3년 동안 추석과 설 명절 연휴 기간(명절 당일 포함 전후 사흘)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13년에는 18.4%, 2014년 24.3%, 지난해 45.0%가 늘었다. 연휴 기간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은 올해 너비아니구이, 각종 전, 오곡밥과 나물 등이 포함된 추석 맞춤형 도시락을 새로 내놓았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