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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제품 그만 사세요” 레고의 ‘즐거운 비명’

입력 | 2016-09-08 03:00:00

12년간 年평균 15%씩 판매증가… 공장-인력 늘려도 수요 못따라가
“숨돌릴 여유 필요” 광고 축소




“제발 우리 제품을 사지 말아 주세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조립식 완구로 유명한 덴마크 기업 레고가 최근 몰려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놓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레고는 연간 판매 증가율이 25%로 치솟는 정점에서 오히려 광고를 축소했다. 보통 기업들이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듯 수요가 많을 때 광고와 판매량을 늘리는 것과 반대다. 존 굿윈 레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통신에 “숨 돌릴 여유를 확보하려면 투자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공장과 인력을 늘려도 북미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휴식기를 갖고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는 이야기다.

레고의 수요 가라앉히기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북·남미 판매량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같은 기간 아시아와 유럽에서 판매량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레고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12년간 연평균 15%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는 바비, 피셔 프라이스로 유명한 마텔을 꺾고 1위 완구 기업이 됐다. 중국에 첫 공장을 짓고 있고 멕시코 공장은 확장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새로 3500명을 고용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완구 시장에서 84년 역사를 이어온 레고의 성장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완구기업은 현란한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의 경쟁 속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파산 위기를 겪었던 레고는 가족경영을 고수해 오다 10여 년 전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인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크누스토르프는 전통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워즈, 앵그리버드 등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레고로 만들었다. 완구에 스토리를 담는 전략이다.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6곳 마련하고 2014년 레고 영화를 개봉해 4억6810만 달러(약 5103억7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또 백악관, 고스트버스터즈 소방서 등 유명 건축물을 레고로 제작해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한정판 레고를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레고테크족’도 생겨났다. 절판된 일부 레고는 중고 시장에서 소비자가격의 10배 안팎에 거래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