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동 등 ‘범죄예방디자인’ 효과
2014년 폐가로 방치돼 있던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주택(왼쪽 사진)이 지난해 서울시의 범죄예방디자인이 도입된 후 벽화와 지붕 수리 등을 통해 멋진 집으로 변신했다. 서울시 제공
삼양동은 2000년대 후반 서울 전역에 휘몰아친 뉴타운 열풍으로 홍역을 앓았다. 인근 미아지구가 뉴타운 부지로 선정되면서 이곳 역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해도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등 생활 인프라는 열악했다. 거주환경이 불편한 삼양동에 비싼 돈을 주고 들어오려는 세입자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동네 곳곳에 빈집 20채가 생겼다. 빈집은 비행 청소년들 차지가 됐다.
그렇게 몇 년간 병들어가던 삼양동 일대는 지난해 서울시의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이 도입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로 뒤덮여 있던 마을 공터는 텃밭으로 변했다. 지금은 땅콩과 도라지가 수확기를 앞두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빈집에 설치된 가림막은 주민들을 위한 게시판과 갤러리로 바뀌었다. 일부는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변신 중이다. 주민 최종원 씨(69)는 “쓰레기 때문에 싸우고 빈집 때문에 불안해하던 주민들이 동네가 변하자 동호회를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등 돈독한 사이가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덕분에 이 지역의 범죄율은 뚝 떨어졌다. 범죄예방디자인이 도입된 용산구 용산2가동(용산서 한강로파출소)과 관악구 행운동(관악서 낙성대지구대)의 112 중요범죄(살인, 강·절도, 성폭행 등) 사건 접수는 2013년에 비해 2015년 각각 22.1%와 1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방경찰청 전체 112 중요범죄의 평균 사건 접수가 4.7%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재건축 중단 지역은 범죄자에게 ‘관리가 안 되는 지역’이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범죄에 취약한 편”이라며 “셉테드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미 범죄 예방 효과가 검증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셉테드가 효과를 거두자 2018년까지 서울 전역 50곳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범죄 예방뿐 아니라 고령화, 학교폭력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