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정친구들은 온갖 방법으로 주인공이 슬픔을 외면하도록 분투했지만 결국 라일리를 치유한 결정적 동력은 슬픔이다. 삶의 행복이란 기쁨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슬픔을 직시할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묵직했다. 울음은 슬픔을 마주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일본에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슬픈 동영상을 보고 울음으로 마음을 추스르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행사 제목은 ‘루이카스(淚活)’, 2013년 시작해 지금까지 150회를 넘어섰다.
▷TV 코미디를 봐도 여럿이 함께 볼 때 더 많이 웃기 마련이다. 웃음의 전염성이 강하듯 울고 싶은 사람들 역시 옆에서 우는 것만 봐도 감정몰입이 더 쉬운가 보다. ‘루이카스’에는 여성들이 더 많지만 남성의 경우 4050세대가 많다. 나이 든 아저씨가 굳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우는 이유는? 직장에서 울면 ‘나약한 인간’으로 찍힐 테고, 집에서 울었다간 가족들이 놀라고 가슴 아파할 것이 뻔하니 마음 편히 울 곳도 없다는 고백이다. 울음의 순기능을 십분 이해해도 엉엉 우는 중년 남성을 떠올리자니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짠해온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