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짓눌리는 초등입학생]<上>1, 2학년 국어-수학 교과서 분석
○ 설렘보다 걱정 큰 ‘초등 1학년’
실제 이번 분석에서는 지금의 1, 2학년 교과서 분량이 엄마 세대에 비해 현저히 늘어난 게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시대가 바뀌고 교과서 설명이 친절해졌기 때문”이라 해석하지만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은 “긍정적으로 보기엔 분량과 난도의 증가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수학 교과서는 일명 ‘스토리텔링 수학’, ‘사고력 수학’이라 부르는 생활 접목형·문장형 수학 문제가 늘면서 삽화가 작아지고 글자 수가 폭증했다. 초등 1, 2학년의 수학 교과서 무게(4618g)는 현재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의 정석’ 기본편 1, 2를 합친 무게(1511g)보다도 훨씬 무거웠다.
○ 교사가 설명할 내용까지 교과서에
더 큰 문제는 난도다. 엄마 세대의 경우 한글을 잘 모르고 입학해도 국어나 수학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최근 교과서는 1학년 1학기 첫 단원부터 많은 글씨와 답을 고르길 유도하는 문제가 나온다.
1980년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13쪽까지 어떠한 한글도 나오지 않고 오직 삽화만으로 ‘우리’라는 주제를 가르친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는 법이나 인사하는 법도 모두 삽화와 교사의 설명만으로 가르친다. 그러나 현재는 입학 직후 배우는 첫 단원부터 다양한 제시문과 문장형 문제가 나온다.
실제 현재 교과서에서는 1990년과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면서 과거보다 전개 방식이 복잡한 경우가 다수 보였다. 1학년 1학기 국어 마지막 단원에서 그림일기를 써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요구 수준이 달랐다. 1990년 그림일기 예시는 웃고 있는 두 사람이 그려진 큰 그림 밑에 ‘오늘은 방학 날이다. 매우 신났다’라고 2개의 문장만 쓴 게 전부다. 그러나 현재는 △연월일과 요일을 쓰고 날씨를 적은 뒤 △기억에 남는 일과 자기 생각을 쓰고 △그림을 내용에 알맞게 그렸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 기초 설명 줄고 응용 요구하는 수학
수학 교과서는 국어보다 더 복잡해져 있었다. 1980년 1학년 1학기 산수 교과서에서는 10쪽까지 숫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또 전체 80쪽 중 60쪽까지 아이들에게 읽기를 요구하는 어떠한 한글도 나오지 않았다.
1990년 1학년 1학기 산수 교과서 역시 12쪽까지 어떠한 숫자도 나오지 않고 오직 삽화만으로 수 개념을 가르쳤다. 전체 96쪽 중 79쪽까지를 1∼9까지 한 자릿수 교육에 할애했다.
1학년 과정에 과거에 없던 ‘비교하기’ 단원도 추가돼 길이, 높이, 키, 무게, 넓이, 부피 등을 비교해 보고 길다, 짧다, 넓다, 좁다, 높다, 낮다, 많다, 적다 등을 판단하게 했다.
노철현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초등교육적 관점에서 엄마 세대와 아이들 세대 간에 교육 내용이 크게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교과서의 참고서화 경향이 생기면서 교과서가 비대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