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양 대법원장은 사과문에서 이 사건을 한 개인 법관의 단순한 일탈행위로만 보지 않았다. 법관 개개인의 행위는 사법부 전체의 평가와 직결되며 무한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948년 사법주권을 회복한 것을 기념하는 9월 13일 법원의 날 행사를 법원 내부 행사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사법부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국민은 헌법을 만들면서 이러한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했다. 개개의 법관에게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헌법상 신분 보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업무 자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인인 국민이 사법부와 법관에게 재판에 관한 한 백지위임을 한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여론으로부터, 사건 당사자로부터 자유롭게 재판을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러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내팽개쳤다.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두 사건 모두 법관이 권력과 여론이 아닌 사건 당사자로부터 사법부의 침해를 막아내지 못했다. 사법부와 법관 개개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헌법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통찰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백지위임 받은 취지를 명심하고 공사 모든 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때라고 본다.
대법원장의 고뇌가 사법부와 법관 개개인의 고뇌가 되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사건의 현명한 극복은 법관의 정체성 재정립과 자율성 회복이 관건이다. 사법부와 법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하여 자신들의 참담함과 자괴감에 머물지 말고, 진정 자신의 일로 깊이 고뇌하여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사법부와 법관이 국민이 헌법에 부여한 신뢰를 재판을 통하여 되돌려줘야 할 때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