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장관상 수상한 성수림 양-최정태 군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장관상(친선대사)을 수상한 성수림 양(18)과 최정태 군(17)이 메달을 걸고 상패를 들어 보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중국어로 이주민들의 ‘메신저’
성 양은 경기 구세군 안산 다문화센터에서 ‘메신저’로 통한다. 집주인의 횡포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중국인 아저씨, 센터 내 무료 진료소에 왔지만 한국인 의사와 말이 통하지 않아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중국인 할머니를 위해 통역 일을 3년째 맡고 있다. 환자들이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부터 연고를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까지 성 양이 의사, 약사처럼 설명해 준다. 이 외에 교회 예배 설교 내용을 중국어로 동시통역하고, 비자와 관련된 중국어 서류를 번역하는 일 등을 맡고 있다.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동시통역이나 서류 번역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전문성 있는 단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류가 생기면 이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설교 원고를 받아 단어를 확인하며 실수하지 않도록 준비했다. 이런 노력 끝에 성 양은 센터를 찾는 다문화인들에게 사랑받는 통역 봉사자가 됐다. 3년 동안 성 양의 활동을 지켜 본 최혁수 구세군 안산 다문화센터장(45)은 “안산에는 약 7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이 가운데 5만여 명이 중국인”이라며 “그만큼 수림이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이 많아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을 텐데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봉사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아동센터 ‘집사’가 된 공부방 선생님
동생이 없어 평소 어린아이 돌보기를 좋아하던 최 군은 집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자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3월 친구 세 명과 함께 센터를 찾아갔다. 지역아동센터가 주로 저소득층, 다문화, 조손 가정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애착을 느꼈다.
봉사를 시작하고 한두 달 뒤 함께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학업 등을 이유로 센터를 떠났지만 최 군은 센터에 손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알고 있던 터였다. 그때부터는 거의 매일 센터에 나가 아이들을 돌봤다. 학기 중에는 하교 후 저녁에, 주말과 방학에는 정오부터 센터에 나가 아이들과 놀아 줬다.
그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활동에 관심이 있는 교내 1, 2학년 학생들을 모아 봉사 동아리 ‘은하수’를 만들었다. 이 동아리에 모인 30명의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은 요일별로 5명씩 체계적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최 군은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생활복지사를 대신해 센터에서 자원봉사자 관리도 맡고 있다. 그는 “센터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나처럼 봉사활동가가 되겠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뿌듯하다”며 “이제 곧 성인이 될 텐데 차를 사서 센터 아이들을 태우고 현장학습을 가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