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김영란법’ 매뉴얼 작성 진땀 청탁한 학생은 문제 없지만 성적 고친 교수는 형사처벌 대상 거절뒤에도 반복되면 총장에 보고
“F학점은 너무해요, 교수님. D로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교수에게 학점 수정을 부탁하던 대학가의 관행이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영향권’ 내에 진입한 대학가도 두려움에 떨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점 로비는 법에 규정된 14가지 부정청탁의 유형 중 ‘학교 입학, 성적, 수상 등에서 법령을 어겨 처리 조작하는 것’에 해당된다. 이에 대다수의 대학은 지난달 말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제자들의 부정청탁에 대응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제자가 지도교수에게 와인을 선물하는 것도 위법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B 대학은 제자가 3만 원이 넘는 와인을 들고 와 교수와 같이 마셨다면 식사비에 해당돼 김영란법 위반이 된다고 내부적으로 잠정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제자와 교수가 나눠 마셨기 때문에 교수에게 귀속되는 금액이 3만 원을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학에서는 제자가 교수 연구실로 찾아가 5만 원 이하의 와인을 선물하는 것은 괜찮다고 보고 있다. 이 학교 C 교수는 “학생들에게 ‘5만 원 이하 와인만 받겠다’고 민망한 공지를 해야 하는지…”라며 난감해했다.
반대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잘해 달라”며 햄버거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 아닌 것으로 대학들은 보고 있다. 학생들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 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D대학의 한 교수는 “김영란법은 캠퍼스 내 갑을 관계 등 폐해를 없앨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사제 관계가 삭막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