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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기간 매출 4조… 속내 복잡한 롯데면세점

입력 | 2016-09-09 03:00:00

사드-엔저 뚫고 유커 유치 큰 성과… 본점 ‘스타 에비뉴’는 관광명소로
신규면세점 가세로 출혈경쟁 심화… 中-日공세, 정부규제에 위상 흔들




롯데면세점은 올 들어 이달 4일까지의 매출이 4조 원을 돌파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매출 4조 원을 넘긴 시점(11월)보다 두 달가량 빨라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늘었다. 롯데 측은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매출 5조 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매출 증가세와 더불어 올해 한국 면세점 시장도 매출 10조 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 크기로 전 세계 1위 자리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을 들여다보면 좀 복잡하다. 세계 면세점 점유율 1위 스위스 듀프리에 이어 2위 자리를 노리던 롯데면세점은 검찰 수사 등 안팎의 문제로 해외 면세점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신규 사업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한국 면세점 시장에 대한 공세도 만만치 않다.

○ “사드-엔저 넘어선 성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롯데나 신라 등 면세점 업체들의 우려는 컸다. 엔화 약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줄고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관광 시장에 악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도 해외 관광객 수는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을지로 본점의 경우 올 상반기(1∼6월) 하루 평균 매출이 81억 원이었는데 최근 2주 동안에는 100억 원으로 뛰었다. 올해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지난달 23일 개점 후 일일 최대 매출인 23억 원을 기록했다.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에는 한국 면세점 시장의 유치 노력이 한몫했다. 한국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인 ‘직접 유치’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것.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6년 최근까지 한류콘서트 개최 등을 통해 직접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0만 명으로 이들을 통해 약 14조 원의 외화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본점 1층에 있는 ‘스타 에비뉴’는 그 자체로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롯데는 최근 80억 원을 들여 이를 새로 단장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앞으로도 관광객 직접 유치를 통해 한국 관광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 점유율 경쟁 치열…中·日 공세


매출 증가로 시장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신규 사업자 5곳이 늘어나면서 점유율 경쟁이 거세졌다. 작년 말부터 시장에 진출한 신규 면세점 5곳은 올 상반기에 모두 1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출혈 경쟁으로 롯데와 신라도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의 영업 부진으로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6.3% 줄어들었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다하게 할인쿠폰을 늘리고, (관광객) 알선 수수료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연말에 추가 신규 면세점 경쟁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10월 접수를 앞두고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등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일본도 중국에 이어 최근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기로 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여행을 마치고 난 뒤에 자국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면세점이 ‘앉아서 돈 버는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부가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 사업이다. 규모가 크면 구매력이 커져 단가도 낮출 수 있고, 인기 브랜드를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