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 경영의 지혜]日 육아휴직제도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입력 | 2016-09-09 03:00:00


국내에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기 위한 정책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1990년대 이후로 이미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노동시장의 구조 및 문화적 규범의 특성에 따라 애초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애머스트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1989년 일본 사회가 경험한 ‘1.59 쇼크’(당해 출산율이 1.59까지 떨어지는 저출산 쇼크) 이래 일본 정부가 20년 이상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는지 연구했다.

일본 정부가 도입한 육아휴직제도는 기간이 길고, 휴직 급여가 낮으며 사실상 여성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긴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할수록 모순적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속도를 촉진시키게 된다.

이러한 역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일본의 대표적인 25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과 두 단계에 걸쳐 면접을 실시했다. 첫 단계에서는 회사의 전반적인 인사정책 및 정부가 도입한 양성고용 평등법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또 심층면접에서는 기업의 육아휴직제도 활용 사례 및 평가를 물었다.

첫 번째 면접 결과,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기업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런데도 기혼 여성들의 퇴직률이 높고 간부급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일본의 지배적 기업문화와 노동시장의 특성 때문이었다. 심층 면접 결과, 사적인 삶보다 일을 우선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와 이직이 원활치 않아 통상 한 회사에 근무하며 경력을 쌓아 나가게 되는 노동시장 특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노동시장의 특성이 일본과 비슷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이 논문이 주는 시사점은 크다. 우수한 여성 인력을 채용하고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원한다면 육아휴직제도를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탄력 근무제 활용, 회식 등 근무시간 외 부담 줄이기,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제도 활용 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