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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주거 밀집지역에 X밴드 레이더 설치 논란

입력 | 2016-09-09 03:00:00

돌발적인 호우 등 예측 가능… 사드와 동일 대역 주파수 사용
안전거리 71m-아래로는 7m
전문가들 “기준 지키면 문제없어” 野의원 “정확한 작동방식 밝혀야”




기상청이 X밴드 레이더를 서울 동작구 본청과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등 3곳에 설치해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X밴드 레이더는 고도 1km 이하에 대한 정밀 분석이 가능한 장비로 사드 레이더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8∼12GHz)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주거 밀집 지역에 기상 레이더가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은 레이더 설치 이후인 내년 5월 전자파 위해성을 측정하겠다고 8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기상청이 장비 안전거리나 작동 방식, 환경평가 계획을 인근 주민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기상이변 관측에 최적 장비 전자파 영향 파악한뒤 운용” ▼

기상청은 미국 기상 업체가 제작한 X밴드 레이더 3대를 3년간 48억 원에 임차해 운용할 계획이다. 내년 4월까지 설치가 완료된다. 이후 기상청 본청(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인천기상대(인천 중구 자유공원서로)와 인접한 주거 지역에 대해서는 전자파 강도를 측정한 뒤 운영할 방침이다.

기상청은 서울 지역의 경우 북한산 등을 최적의 설치 장소로 보고 기초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했지만 개발 예정지 및 군부대와 겹치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기상청은 보라매공원 내 본청 건물 첨탑 위에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소형 연구용 설비로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적고 측정 각도를 높게 유지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 전자기파에 대한 공포감이 커질 때에는 설치의 필요성과 이와 관련한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설치 지역의 신뢰를 얻기 위해 주거지 전자파 측정을 계획하고도 이런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은 게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 “소통 외면하면 불필요한 공포감 커져”

X밴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파장이 짧아 멀리 나가지는 못하지만 해상도가 높아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호우나 폭설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를 설치하면 레이더를 중심으로 반경 50∼60km, 고도 1km 범위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기상청은 낮은 고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상장비가 없어 갑작스레 저층에서 비구름이 모이는 기상이변을 관측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해 왔다.

또 이 같은 기상이변은 도심 지역에서 피해를 키운다는 점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의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대응한다는 명분도 있다.

기상청은 전자파 논란을 의식한 듯 “기상레이더는 환경영향 평가와 인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전자파 측정을 자발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이 받은 해당 레이더 제조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안전거리는 레이더 주 탐지방향에서 71m, 레이더 아래에서 7m 이상이다. 기상청은 본청 옥상에 위치한 첨탑이 13m인 데다 레이더 관측 고도 각도 0.7∼90도 이상을 유지해 안전하다고 밝혔다.

동작구의 경우 레이더 주 탐지방향에서 400m 거리에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건물이 걸리지만 71m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드 논란과 마찬가지로 운용 기준에 맞춰 사용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항공전자공학과 교수는 “제원이 맞는다면 주 탐지방향 아래로는 안전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명 단국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사드 레이더에 비해 100분의 1의 전력을 쓰는 소형 장비여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해당 장비는 첨탑 위에 설치하더라도 ―5도 아래로 틀어 지표면을 쏠 수 있게끔 설계됐는데 오작동 우려에 대해서도 설명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기상청이 레이더 설치 사실을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알리지 않은 것부터 문제다. 정확한 작동 방식과 운용 계획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전에 다른 지역에서 안전실험을 한 뒤 들여올 것을 주장했다.

○ 100억 원 들인 우리 기술은 안 쓰기로


송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부터 해당 레이더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 위해 100여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 제품을 빌려 쓰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기상청의 자문을 거쳐 민간 기상 기업 부담금 26억 원과 정부 예산 78억 원을 들여 우리 기술로 기상레이더 개발에 착수했다. 그 연구 결과가 올해 6월에 나왔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기술이 실제 사용 가능한지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기상청도 “당장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이 시급해 외국 제품을 먼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까진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해당 설비를 제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