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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고(故) 하일성 추모편지] “형, 하늘에서도 한국야구 걱정할거죠?”

입력 | 2016-09-09 05:30:00

허구연-故 하일성(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형, 오늘은 35년간의 야구중계방송 생활 중 가장 무거운 발걸음으로 잠실구장으로 갑니다. 급작스런 비보에 많은 야구계 후배들이 충격 속에 하루를 보내고 많은 야구팬들이 슬퍼할 것 같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온 형의 열정과 노력, 그동안 많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렇게 빨리 훌쩍 떠나시고 나니 초기에 열악했던 환경 속에 야구발전을 위해 함께 뛰었던 날들을 그리워할 시간이 무척 길어질 것 같습니다.

형,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일을 나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형이 KBO 사무총장의 중책을 맡았죠. 대표팀이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현지에서 해설자들이 술잔으로 머리를 맞대며 숙의한 끝에 나온 것이 기술위원회 탄생이었습니다. 그 후, 기술위원회를 통해 대표팀의 투명한 공개선발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도하에서 “그래, 인사가 만사야”라며 평범한 교훈을 확인하고 실행했던 그 공적을 우리는 오래 기억할게요.

최근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야구계에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어쩌다 만나면 “소주 한잔 해야지”란 말만 남기고 애써 연락을 안 할 정도로 괴로워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란 한국야구계 최고의 날에 우커송 야구장에서 “야구 정말 모르겠어. 그리고 김경문 감독 야구는 정말 더 모르겠어”라며 파안대소했던 그 맑은 웃음이 오늘은 눈앞에 어른거릴 것 같습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으셨으니 편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형, 그래도 하늘에서 한국야구 걱정할 거지? “한국야구 어찌될지 몰라요”라고…

-허구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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