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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창… 모르쇠 방패… 첫날부터 맥빠진 ‘서별관 청문회’

입력 | 2016-09-09 03:00:00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野 “대우조선 분식회계 알고도 지원”
유일호 “알고 결정한건 아니다” 새로운 내용 없이 공방 되풀이
野 “정부 못믿어… 서별관 자료 내라”




증인으로 출석한 유일호-임종룡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이크를 매만지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원대 지원,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혼란 등의 책임을 놓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주요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 속에서 8일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의 첫날,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알고도 4조2000억 원의 지원 결정을 내린 과정을 추궁하고 실사보고서의 적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를 뒤늦게 시작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대우조선이 5조 원을 분식한 것을 알고도 4조2000억 원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식 위험성을 인지한 것은 맞지만, 분식을 알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에 그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회사의 손실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지난해 5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당시 전임 사장의 분식회계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며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 대한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주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고 삼정회계법인의 실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윤경 더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조2000억 원 지원을 결정할 당시 실사보고서에서 올해 당기순이익을 2800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한 달 뒤 대우조선 이사회에서는 올해 916억 원 손실을 전망했다”며 “실사보고서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대우조선 지원 방안은 정부가 만들고 산은은 들러리만 섰다”는 발언도 이날 다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은이 실사를 바탕으로 지원 금액 4조2000억 원을 책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민병두 더민주당 의원은 “정부 측 답변만 듣고는 믿을 수 없다”며 “서별관회의 내용을 자료로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서별관회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가 쏟아지자 유 부총리는 “앞으로는 회의록을 작성하려고 한다”며 “회의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 순 없지만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대우조선이 청산하면 선주사에 물어줘야 할 돈이 25조 원이고, 57조 원이 날아가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이 부도에 이르렀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일시에 13조 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결정할지 연내에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6월 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빅3 기업을 제외했다.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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