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청동기 석관묘 14기 확인… 동시 출토는 처음… 장례연구 새전기
강원 평창군 하리 발굴현장의 석관묘 내부에 사람 뼈(빨간 선 안)와 함께 묻힌 비파형동검(빨간 점선 안)이 보인다. 청동기시대 무덤에서 인골과 동검이 함께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발굴조사 기관인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 강원 평창군 하리 발굴현장에서 비파형동검과 인골(人骨)이 함께 묻힌 청동기시대 석관묘를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인골 또는 동검이 청동기시대 무덤에서 각각 발견된 적은 있지만, 함께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고고학계는 인골과 비파형동검이 함께 나와 당시 장례 풍습 등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파형동검은 길이 26.3cm, 폭 3.8cm로 두 동강이 난 채로 석관의 동쪽 측면 가운데 묻혀 있었다. 학계는 출토 동검의 양식이 비파형동검에서 세형동검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기원전 6세기∼기원전 5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변의 다른 석관묘에서 나온 토기와 석검, 관옥 등도 청동기시대 중기 유물로 분석됐다.
비파형동검 권위자인 이영문 목포대 교수(고고학)는 “동검 몸체 하부가 비파형동검 특유의 풍만한 곡선에서 벗어나 직선화된 데다 전체 길이도 30cm 미만으로 짧아진 점이 세형동검으로 넘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위, 아래로 부러진 비파형동검의 가운데 부분이 구부러진 게 주목된다. 학계는 동검을 일부러 부러뜨린 상태로 매납(埋納·특별한 목적으로 물건을 묻는 것)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여수 적량동 고인돌 유적 등에서도 부장 당시 일부러 부러뜨린 비파형동검이 여럿 발견됐다. 이는 제사용 토기를 깨뜨려 부장하는 풍습처럼 선사시대 사람들의 종교관이 반영된 장례 풍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토 당시 두 조각의 동검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완벽한 형태에 가깝게 발견된 점을 감안할 때 토압(土壓)으로 인해 쪼개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부러뜨린 뒤 매납한 동검 조각들은 서로 포개져 있거나, 어느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