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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없는 전개… 천하의 김준수도 묻혀버려

입력 | 2016-09-09 03:00:00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가운데)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아쉽다. 씨제스컬처 제공

A급 배우, A급 제작진이 모여 만든 작품이지만, 결과물은 B급에 머물렀다.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이야기다.

도리안 그레이는 뮤지컬 흥행 보증수표인 김준수와 박은태가 출연한 데다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도리안 그레이’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는 점이다. 도리안 그레이가 왜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초상화와 영혼을 바꾸는지, 여배우 ‘시빌’과 사랑에 빠졌다가 왜 마음이 돌아섰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연출의 실패다.

도리안 그레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프랑스 뮤지컬처럼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앙상블의 안무로 표현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 안무가 지나치게 남발돼 극의 흐름을 끊었다. 특히 극에 녹아들지 않는 안무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이다. 1막 막바지에 김준수가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등장하는 ‘어게인스트 네이처(Against nature)’ 넘버의 군무는 뮤지컬이 아닌 가수들의 음악방송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는 온데간데없고 아이돌 가수 시아준수처럼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헨리 워튼 역의 박은태는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음색도 이전 작품보다 더 풍성하고 깊어졌다. 도리안 그레이 역의 김준수는 1막보단 2막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잘 표현했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전작 ‘드라큘라’에서 보여준 대사 톤과 연기가 언뜻언뜻 스치며 기시감을 준 게 아쉬웠다.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5만∼14만 원, 1577-3363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