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 기술 어떤 게 있나
한국도 재활용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7월 25일 열린 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장기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매립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 실정에 맞는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재활용한 핵연료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전용 원자로 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개발된 핵연료 재활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것은 ‘습식재처리(퓨렉스)’ 기술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핵연료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높은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프랑스가 주목하는 방법은 기존의 습식처리 방식의 안전성을 개선한 ‘선진습식처리(넥스트)’ 방식이다. 같은 방법을 미국에서는 ‘우렉스’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1997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흔히 건식재처리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2007년엔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2012년엔 전용 실험시설인 ‘프라이드’를 완공해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넥스트보다 파이로프로세싱이 국내 실정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안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넥스트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면 구식 습식처리 방식으로 되돌아가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파이로프로세싱이 핵확산 방지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국내외 평가”라고 말했다.
○ 전용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필수
재활용한 핵연료는 ‘고속로’란 이름의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넥스트를 도입한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는 현재 핵연료 재활용에 성공해 제한적이지만 전력 생산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듐냉각고속로(SFR)라는 전용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지구상에서 6번째로 많은 금속인 소듐나트륨을 원전 내부에 첨가해 핵반응 속도를 높여야만 재활용한 핵연료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한 번 재활용 핵연료를 장전하면 약 5년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