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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팩토리’ 등 슈퍼급 입자가속기 개발 각축

입력 | 2016-09-09 03:00:00

유럽-中 초대형 원형가속기 건설 추진… LHC의 3배 규모… 2030년대 가동목표
日 길이 31km 직선형 입자충돌기 계획




일본이 건설을 주도하는 ‘국제 직선형 입자충돌기(ILC)’의 상상도. 길이 31km의 ILC는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해 충돌시킨 뒤 나타나는 입자물리 현상을 관측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ILC 조직위원회 제공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실험시설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 175m 깊이에 만든 지름 8m, 둘레 27km 크기의 도넛 모양 실험시설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LHC로 2012년 힉스 입자 발견에 성공했다. 힉스 입자는 물질의 질량 생성에 관여하는 입자로 LHC 실험 이전엔 존재를 확인하지 못해 ‘신의 입자’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LHC의 성공 신화를 지켜본 세계 각국이 ‘우리도 질 수 없다’며 나서고 있다. 국가마다 앞다퉈 초대형 실험시설 구축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LHC와 같은 장비를 흔히 ‘가속기’라고 부른다. 원자를 구성하는 여러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서로 부딪어 보는 입자충돌기, 입자가 가속하면서 생기는 밝은 빛을 뽑아내 각종 실험에 이용하는 방사광가속기 등 여러 종류다.

최근 인기가 높은 건 LHC와 같은 입자충돌기다. 가속기는 규모가 클수록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얻을 수 있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더 큰 가속기’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이런 가속기 거대화 경쟁에서 가장 앞선 곳은 역시 유럽이다. CERN은 2025년부터 둘레 약 100km로 LHC의 3배가 넘는 ‘미래원형가속기(FCC·Future Circular Collider)’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2035년부터 2040년 사이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으로 기존 LHC보다 충돌 에너지가 7배가량 크다. 힉스 입자를 대량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돼 ‘힉스 팩토리’라고도 부른다.

그 뒤를 바짝 쫓는 나라는 ‘뜨는 과학강국’인 중국이다. 중국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IHEP)는 2030년대에 초대형 강입자가속기를 만들 계획이다. 총 둘레가 50∼100km에 달해 FCC에 필적할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왕이팡 IHEP 소장은 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고에너지물리학 국제콘퍼런스(ICHEP)에서 “지난달 중국 과학기술부로부터 우선 3500만 위안(약 5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고 추가로 800만 위안(약 12억8000만 원)을 요청했다”며 “추후 비용은 국제 협력을 통해 충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국판 힉스 팩토리’는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완성해 이르면 2020년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도 가속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2030년경 가동을 목표로 원자 속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해 충돌시키는 ‘국제 직선형 입자충돌기(ILC)’ 건설을 주관하기로 하고 참여국 모집에 나섰다. 유럽과 중국은 도넛 모양의 ‘원형 가속기’를 이용하는 반면 일본은 곧게 뻗은 ‘선형 가속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길이는 31km로 중국이나 유럽보다 짧지만 입자빔이 곡선으로 휘면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없어 효율이 좋다.

야마우치 마사노리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단장은 “일본 정부는 미국 등 여러 나라와 협력해 10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건설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최기운 기초과학연구원(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장은 “최근 입자를 더 높은 에너지로 가속하기 위해 입자충돌기가 점점 더 대형화되는 추세”라며 “힉스같이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상세히 밝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