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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IS격퇴, 지상군 투입 안해” vs 트럼프 “힘을 통한 평화 이룰것”

입력 | 2016-09-09 03:00:00

힐러리-트럼프 안보정책 대결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69)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70)가 7일 안보 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26일 첫 TV토론을 앞둔 두 후보는 이날 오후 이라크 및 아프간 참전용사 단체와 NBC방송 공동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군 최고사령관 포럼’에 시간차를 두고 출연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맡을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황당하다” “미숙하다”는 반응이, 클린턴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아 “(클린턴이 당선되면 버락) 오바마 3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겠다”며 국방력 강화를 골자로 한 안보 독트린을 내놨다. ‘힘을 통한 평화’는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주창한 슬로건이다. 트럼프는 이날 포럼 참석에 앞서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가진 유세에서 “우리는 1940년 이후로 가장 작은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 미국이 아니다”라며 “육군은 49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해군 함정을 276척에서 350척으로, 전투기를 1113대에서 120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의 군비 증강을 뒷받침하려면 현재 연간 약 6000억 달러(약 654조 원) 규모인 국방 예산에 최대 600억 달러(약 65조4000억 원)가 더 필요하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2013년 발동된 미국 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크리스 하머 미국전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중동 유럽의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줄이겠다고 공약한 이상 군비를 증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트럼프식 과장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취임하자마자 장성들에게 IS를 무찌르고 파괴할 방안을 30일 안에 가져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역 장성들은 “IS와의 전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날 포럼에선 “적에게 내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리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 정책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같이 IS를 무찌른다면 아름답지 않겠는가”라며 친(親)러 입장을 유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굉장한 지도자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동전 던지기에 지는 바람에 먼저 포럼에 출연한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관여한 경력을 내세우며 안정적인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IS 격퇴 전략에 대해 “다시는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고 시리아에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에 3000명의 미국 지상군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간 이상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이란 핵 협상에 대해선 “(협상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며 과(過)보다는 공(功)을 강조했다.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전 참전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선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질문엔 “국무장관 시절 받았거나 보낸 e메일 중 그 어떤 것도 ‘일급비밀’ ‘비밀’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없었다”며 기밀자료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한편 트럼프는 6일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비치에서 열린 포럼에서 “북한은 (중국의) 아기(baby)”라며 “중국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이 있으니 (중국)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이그재미너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미국을 비틀어대기 위해서 아니라고 말한다”며 중국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