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입원 이태권씨… 이식희망 담아 동료 초상화 그려줘
자신도 심장병 환자인 이태권 씨는 심장을 기증해줄 뇌사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말기 심장병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희망 을 찾을 수 있도록 밝고 명랑한 모습을 그린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0년 가까이 벽돌공장 일을 했던 이 씨도 말기 심장병 환자였다. 지난해 10월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았지만 다른 장기에 이상이 생겨 8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던 그는 병원 바닥에서 우연히 주운 4B연필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환자의 초상화를 그려줬는데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그려주기 시작했다.
이 씨는 밝고 희망찬 얼굴을 그린다. 야윈 얼굴에 살을 채우고 정면을 향해 환히 웃는 모습으로 그린다. 살아있다는 게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심장 이식 대기가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얼굴엔 불안과 좌절이 드리워져 있다. 철창 없는 감옥인 병원에 갇혀 거울도 보지 않는 환자들에게 원래 자신이 얼마나 예쁘게 웃는 사람인지 그림으로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