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이럴 때 한잔
“맥주는 무조건 기분 좋을 때 마셔야 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맥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모두 느낄 수 있거든요. 맥주도 와인만큼 예민한 술입니다. 우울하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 맥주를 먹으면 아무런 맛을 못 느끼고 그냥 부어라 마셔라 하게 돼요.”―김욱연 씨(47·수제맥주 학원 ‘굿비어 공방’ 대표)
“술자리에서 왠지 빨리 취하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소주만 먹기엔 너무 쓰고. 이럴 때 맥주가 답이죠. 맥주에 소주 조금 섞어 시원하게 한잔 마시면 금방 알딸딸해집니다. 안주 나오기 전에 두세 잔 마시면 딱 좋더라고요. ‘소맥’만큼 목 넘김이 좋으면서 맛이 있고 빨리 취할 수 있는 술이 또 있을까요?”―김무락 씨(35·변호사)
“제가 만든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삶의 용기를 얻었다고 해줄 때 맥주 한잔이 당겨요. 습관이 되다 보니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했다 싶으면 맥주가 떠오르더라고요.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것도 좋고, 혼자 텅 빈 방에서 불 다 끄고 TV만 켠 채 적적함을 즐기며 마시는 맥주도 좋습니다.”―유경현 씨(34·PD)
뒷맛의 기억
“2006년 일본에 혼자 여행 갔을 때 첫 번째로 도착한 허름한 쇠고기구이집에서 삿포로 생맥주를 시켰죠. 맥주를 입에 댔는데 어떻게 맥주에서 이런 맛이 날까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품이 크림 같았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일본 생맥주를 먹을 기회가 없었거든요.”―이영승 씨(42·‘서울맛집유랑’ 저자)
“2014년 데블스 도어에서 두 달간의 맥주시설 공사를 마친 뒤 맥주탱크에서 처음 뽑아낸 맥주가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였습니다. 그 맥주를 만들 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참여했거든요. 첫 모금을 넘기는데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오진영 씨(40·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 도어’ 브루마스터)
안주를 따라서
“맥주엔 무조건 버펄로윙이에요. 닭 봉이나 날개에 우스터소스를 발라 짭조름하게 구워낸 안주야말로 시원한 맥주의 단짝이죠. 간을 잘 맞춰 구운 버펄로윙은 기분 좋은 짠맛이 나는데 맥주와 함께 먹으면 쓴맛을 잡아주고 달달한 맛만 남겨줍니다.”―이상미 씨(32·아이싱온더케이크 파티시에)
유통 중 변하는 맛
“한국 맥주는 같은 회사에서 나왔는데도 병맥주와 캔맥주 맛이 다른 게 아쉽습니다. 한국 맥주가 맛있다, 맛없다는 논쟁을 떠나서 최소한 병맥주와 캔맥주의 맛이 균질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병맥주의 맛을 더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목 넘김이나 톡 쏘는 맛이 더 좋습니다.”―최현우 씨(25·퍼스널 트레이너)
“맥주를 유통할 때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햇볕 쨍쨍한 곳에 병맥주나 생맥주통이 그대로 노출된 것을 많이 봤습니다. 햇볕에 두면 맥주 맛이 변하거든요. 전에 국내 대형회사 맥주공장에 가서 맥주를 먹었을 땐 진짜 고급스러운 맛이 났는데 냉장유통을 철저히 해야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김재성 씨(34·회사원)
까다로워진 입맛
“2014년 맥주 출고량은 217만3000kL로 201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도수가 낮은 술을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며 위스키 출고량은 감소세를 이어가는 반면 맥주 출고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이정훈 씨(국세청 조사관)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며 맥주 시장이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맥주 취향도 세분하며 각자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죠. 더부스가 내놓은 쓴맛이 강한 대동강맥주 페일에일도 소비자들의 높아진 취향을 맞추기 위해 새로 만든 맥주입니다.”―김희윤 씨(29·수제맥주 전문점 ‘더부스’ 대표)
“하나를 먹어도 고급스럽게 먹겠다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맥주 시장으로 옮겨 왔어요. 젊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음식이나 디저트, 술 등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소비를 할 때엔 기꺼이 지갑을 열죠. 아무래도 수제맥주는 조금 비싸니까요.”―김태경 씨(37·수제맥주 전문점 ‘어메이징 브루잉’ 대표)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