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2011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 일부가 8월 말 민사소송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앞에 모였다.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프라임 에이스 솔로몬 등에 저축하며 ‘목돈 불리기’의 꿈을 꾸었던 서민들이다. 당시 갑작스러운 정부의 영업정지 후 노후자금 1억∼3억 원을 넣어둔 노년층은 예금 5000만 원까지만 보장받았을 뿐 대부분 돈을 떼였다. 후순위채권(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가장 나중에 변제받는 대가로 발생하는 고금리의 채권)을 샀던 사람들의 피해도 막심했다.
이들의 믿음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후 일부 VIP 고객에게만 10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인출해 주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였다. 나중에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탐욕스러운 금융회사들은 정치권에 로비하면서 무제한으로 이익을 추구했고, 금융당국은 잘못된 규제완화로 부실을 키우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오히려 은행 업무를 방해하고 불법 점거농성 및 미신고 집회를 했다며 법원은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 김옥주 씨(53·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융당국은 ‘동양사태’ 때도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동양사태는 동양그룹이 2013년 동양증권을 통해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1조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회사채를 판매해 4만 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를 붙들고 울던 피해자 중에는 50, 60대 여성이 많았다. “그 사람들에게는 1000만 원 별거 아니겠지만 김밥으로 끼니 때우며 모은 1000만 원은 내 전부”라며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이윤 높은 곳을 찾아 투자한 사람들도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부업체 광고,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또 다른 저축은행 사태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한국 사회에 개미가 의지할 곳은 있을까.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