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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삼을 위한 두산 단장실의 오타니 사진

입력 | 2016-09-10 09:30:00

두산 홍상삼. 스포츠동아DB


두산 단장실에 가면 뜻밖의 사진 한 장이 칠판에 붙어있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22)의 투구 동작이 찍힌 사진이다. 선수 보는 안목이 남다른 두산 김태룡 단장이 이 사진을 굳이 붙여놓은 이유는 한 명의 투수를 위해서다. 9월 경찰청에서 전역한 홍상삼(26)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김 단장의 오타니 사진은 꽤 오래 전에 촬영된 것이다. 홍상삼의 경찰청 입대 전 시점이다. 그 당시부터 김 단장은 홍상삼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타고난 재능이 보였는데 좀처럼 터뜨리지를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홍상삼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타니 사진을 찾은 것이다. 김 단장은 “투구 시 오타니의 하체를 활용하는 법을 (홍)상삼이가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여줬었다. 홍상삼뿐 아니라 두산의 젊은 투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바람은 그 당시에는 이뤄지지 못했다. 미완의 대기에서 알을 깨지 못한 채 홍상삼은 경찰청에 입대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러서 돌아온 홍상삼은 일약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마침 두산 마무리 이현승이 고전을 하는 상황이어서 홍상삼은 더블스토퍼로까지 위상이 승격됐다. 8일 LG전에서 9회 등판, 1이닝 1실점으로 두산의 4-2 승리를 지켰다. 벌써 시즌 2세이브 성공이다. 김 단장의 사진이 홍상삼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쳤을지는 재단할 수 없다. 다만 ‘두산 구단이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애정 어린 시선은 충분히 체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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