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물은 웃음보다 더 강한 자기방어 수단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오렌 하손 교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적(敵)에게 대항할 뜻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눈물을 매개로 한 소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좀 더 자주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시의적절하지 않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김영삼 정부 때 환경처 장관에 발탁된 황산성 변호사는 1993년 자료가 부실하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눈물을 흘려 감정 조절에 서툰 장관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부실을 키운 당사자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이 어제 국회 청문회에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울먹였다. 2년 반 전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윤진숙 장관을 호통쳤던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최 회장에 대해서도 주식을 한진해운에 출연하라고 압박했다. 진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눈물은 가식적인 쇼나 악어의 눈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이 최 회장의 눈물에 흔들렸다면 여론의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