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감찰서 수사로 전환… 출국금지
‘스폰서,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그간의 스폰서 비용 1억 원을 반환하라”는 고교 동창 김희석 씨(46·구속)의 요구에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2일 2000만 원을 돌려준 것으로 9일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 측은 자신의 비위에 대해 이미 언론사에 제보가 들어간 사실을 알고 “보름간 보도가 나지 않으면 추가로 금품을 주겠다”고 설득했으나 물밑협상은 끝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와 가깝게 어울릴 때도 금융 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김 부장검사는 3월 7일 친구 박모 변호사로부터 1000만 원을 빌린 뒤 다음 날 김 씨가 박 변호사의 처 계좌로 1000만 원을 입금케 했다. 김 부장검사가 김 씨의 돈을 빌린 것이지만 외관상으로는 김 씨와 박 변호사 간의 거래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김 씨 자금 500만 원은 2월 3일 김 부장검사의 내연녀 계좌로 입금됐다.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김 씨는 수개월 동안 자신이 불구속 수사를 받도록 김 부장검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종용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김 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4월경 1500만 원과 웃돈 1000만 원을 얹어 스폰서 비용을 돌려줄 당시 어머니의 적금계좌를 깼다”는 진술과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2일 한 언론사에 녹취록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건네자 다급해진 김 부장검사는 박 변호사에게 SOS를 쳤고, 결국 박 변호사 자금 2000만 원을 끌어다 김 씨에게 준 것이다. 박 변호사는 “많은 것을 체념한 듯 ‘내가 죽는 게 맞겠다’며 패닉 상태가 된 친구가 월요일에 갚겠다면서 송금을 부탁하는데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9일 김 부장검사를 출국 금지하고 김 부장검사의 금융 계좌와 통화 기록 추적에 나섰다. 감찰에서 수사 단계로 전환한 검찰은 “향후 도움을 받으려고 김 부장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가 빌린 1500만 원을 반환하는 과정에 대해선 박 변호사와 김 씨가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검찰은 내연녀로 지목된 술집 종업원 A 씨를 8일 불러 김 부장검사와의 관계, 금품 거래 자금의 성격 등도 조사했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의 혐의를 먼저 확정한 뒤 그와 식사 자리에서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 1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김 부장검사에 대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 알선수뢰 혐의 등을 적용하는 방안도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
김민 kimmin@donga.com·신나리·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