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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독자서평]작은 꽃이 들려주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입력 | 2016-09-10 03:00:00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식물 이야기 사전/찰스 스키너 지음/윤태준 옮김/260쪽·1만3800원/목수책방




※지난 일주일 동안 420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책을 고를 때 표지를 눈여겨본다. 읽다가 말더라도 책장에 꽂혀 있을 때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식물 이야기 사전’을 고른 건, 단정한 표지와 ‘식물이 더 좋아지는’이라는 짧은 문구 덕분이었다. ‘사전’이라고 돼 있지만 매우 가볍고 작은 책이다.

서문을 읽자마자 ‘오래 두고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말로 서문이 시작된다. ‘신화의 가치는 그것의 진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믿어 왔는가에 있다.’ 전 세계 식물에 관련한 설화와 전설을 담은 이 책은 가문비나무부터 가지, 갈대, 겨우살이, 겨자, 계피 등 흥미로운 식물을 간명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소개한다.

식물에 문외한이지만, 식물에 얽힌 재미있는 탄생 일화가 눈길을 끌었다. ‘물망초(勿忘草)’는 이름 자체에 전설이 녹아 있는 꽃이다. 한 청년이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전에 연인에게 전해준 물망초는 영문 이름 ‘forget-me-not’을 문자 그대로 번역한, 프러포즈를 하기에 딱 알맞은 꽃이다. 팬지(pansy)는 명상을 의미하는 단어 ‘팡세’에서 이름을 따왔고, 연꽃(lotus)은 부처가 앉아 있는 곳이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말하는 ‘위대한 영혼의 쉼터’라는 뜻이라고 한다.

120가지 식물 가운데 아는 꽃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불과 한 쪽을 넘지 않는 이야기지만, 마치 할머니 품에서 옛날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푹 빠져들었다. 식물의 그림이 실리지 않아, 처음 알게 된 식물의 모양을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점은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날씨가 좋을 때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간다. 아이에게 나무나 꽃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서인데, 정작 이름의 뜻을 몰라 아쉬울 때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식물 사전이 꽤 많이 출간됐지만, 정보성에 그쳐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가 중요한 시대 아닌가. ‘식물 이야기 사전’을 손에 들고, 아이와 숲 산책을 하면 더 이상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지녔던 시대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는 저자 찰스 스키너의 말처럼, 작은 꽃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면 일상은 더 풍요로워질지 모른다.

박상천 서울 광진구 자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