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식물 이야기 사전/찰스 스키너 지음/윤태준 옮김/260쪽·1만3800원/목수책방
※지난 일주일 동안 420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서문을 읽자마자 ‘오래 두고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말로 서문이 시작된다. ‘신화의 가치는 그것의 진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믿어 왔는가에 있다.’ 전 세계 식물에 관련한 설화와 전설을 담은 이 책은 가문비나무부터 가지, 갈대, 겨우살이, 겨자, 계피 등 흥미로운 식물을 간명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소개한다.
120가지 식물 가운데 아는 꽃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불과 한 쪽을 넘지 않는 이야기지만, 마치 할머니 품에서 옛날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푹 빠져들었다. 식물의 그림이 실리지 않아, 처음 알게 된 식물의 모양을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점은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날씨가 좋을 때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간다. 아이에게 나무나 꽃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서인데, 정작 이름의 뜻을 몰라 아쉬울 때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식물 사전이 꽤 많이 출간됐지만, 정보성에 그쳐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가 중요한 시대 아닌가. ‘식물 이야기 사전’을 손에 들고, 아이와 숲 산책을 하면 더 이상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지녔던 시대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는 저자 찰스 스키너의 말처럼, 작은 꽃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면 일상은 더 풍요로워질지 모른다.
박상천 서울 광진구 자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