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일본을 만나다/하타노 세츠코 지음/최주한 옮김/332쪽·1만5000원/푸른역사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했습니다.”
3·1운동 전 일본 도쿄에서 2·8독립선언서를 기초하는 등 그가 당대 최고 문인(文人)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평론가 김현은 ‘이광수 문학의 전반적 검토’(1977년)에서 “만질수록 덧나는 민족의 상처”라 평가했다. 반면 역사학자 김원모는 ‘영마루의 구름’(2009년)에서 “이광수의 친일은 위장(僞裝)”이라고 주장했다.
평생 그의 연구를 업으로 삼은 저자지만 그를 옹호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가령 이광수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1917년 글을 실은 데 대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상대를 이용하려는’ 전략, 개인적 야망, 경제적 이유 등 다각적인 요인을 언급한다. 1937년을 기점으로 일제의 요시찰 인물에서 친일 인사가 된 그의 양면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이광수의 변(辯)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