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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안녕, 난 지구야” 우주로 쏘아올린 LP판에는…

입력 | 2016-09-10 03:00:00

◇지구의 속삭임/칼 세이건 외 5인 지음/김명남 옮김/384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알루미늄 덮개를 씌워 보이저 우주탐사선에 부착한 레코드판의 모습. 사이언스북스 제공

1990년대에 학생이었던 사람이라면 빈 오디오테이프나 CD에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넣어 누군가에게 선물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거다. 이 책은 1977년 우주로 쏘아 올려진 두 대의 ‘보이저(voyager)’ 탐사선에 부착된 구리 레코드판의 선곡(選曲)에 대한 이야기다. 발신자는 미국인들, 수신자는 미지의 불특정 외계 생명체다.

유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대표 집필을 맡아 보이저 발사 바로 다음 해에 발간했다. 보이저에 앞서 우주로 나선 파이어니어 10, 11호의 알루미늄 메시지 그림판을 디자인한 이들도 저자로 참여했다.

당시 보편적인 음향 기록 미디어는 분당 33과 3분의 1회 회전하는 레코드판이었다. 재생 시간은 한 면에 27분. 이것을 분당 16과 3분의 2회전으로 바꿔 음질을 희생하면서 약 90분 길이로 늘렸다. 자연과 인류 문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 118장(음파 데이터로 변환),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의 인사말, 55가지 언어의 인사, 개 짖는 소리, 키스 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어째서인지 당시 미국 국회의원 명단도 수록됐다.

음악 선곡에는 두 달 정도 걸렸다. 첫 트랙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마지막 27번째 곡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3번이다. 피그미족 소녀들의 성년식 노래나 일본의 대나무피리 연주곡 등을 어떤 까닭으로 골랐는지, 매우 주관적인 견해에 근거한 선곡 책임자의 설명을 실었다. 음악을 비롯한 모든 사운드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들어 볼 수 있다. 39년 전 미국인들이 정체 모를 외계인에게 골라 보낸 ‘지구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외계인이 된 기분이 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