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들어온 너에게/김용택 지음/100쪽·8000원·창비
시인의 어머니는 글자를 몰랐다. 그러나 자연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행할 줄 알았다. ‘난관에 처할 때마다 어머니는 살다가보면 무슨 수가 난다고 했다. 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가 얼마나 많은가.’ 글을 모르는 어머니가 글을 쓰는 아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의 새 시집이다. 그간 그가 쓴 시는 맑고 순했지만, 새 시집에는 정다운 시편 안에도 팍함이 있다. ‘산같이 온순하고/물같이 선하고/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내 어찌 모르겠는가.’(‘오래 한 생각’에서) ‘바람의 괴로움’을 품은 시구들이 적잖다. ‘씨앗들은 모든 걸 바람에게 주고/스스로 고립한다./고립 속에는 수분이 없다./빈곤이 단 것은 곶감뿐이다.’(‘아버지의 복사뼈’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살았다/글을 썼다. … 힘들 때는 혼자 울면서 말했다./울기 싫다고. 그렇다고/궂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그동안’에서)
그렇다고 인생이 고달프기만 할까. 시인의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시편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울고 들어온 너에게’에서)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