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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사춘기 오빠 마음 속에 사자가 들어있다?

입력 | 2016-09-10 03:00:00

◇오빠는 오늘도 폭발 중/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지음/마티아스 드 레이우 그림/전은경 옮김/122쪽·9500원·라임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바야흐로 사춘기의 시작이지요. 그 순간 아이들 마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럴 때 드는 의문 하나. 대체 왜 어떤 아이는 순하게, 어떤 아이는 폭발하며 그 시기를 보내는 것일까요? 작가도 그런 의문이 들었나 봅니다.

주인공이 혼자 있을 때, 거짓말처럼 어떤 동물이 등장합니다. 열세 마리의 파란 사슴입니다. 종이처럼 등장해서 실제 모습으로 뛰어다닙니다. 가만히 주인공에게 다가와 속삭입니다. ‘주인님’이라고요. 마음이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스스로 중요한 인물이 된 듯도 싶습니다. 그러다 사슴들은 또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오빠도 같은 경험이 있대요. 그런데 오빠는 그 경험이 불쾌했던 모양입니다. 오빠는 어떤 동물이냐고 물었더니 화만 냅니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른들이 무시했다네요. 주인공은 자신의 동물을 늘 기다리는데 오빠는 자신의 동물이 나타날까 불안한 상태입니다. 늘 마음이 폭발 중입니다. 오빠의 동물은 검은 사자입니다. 인정받지 못하니 조종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동물들을 몇 번 만나면서 아이들은 그들을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사슴이라고 도망만 다니고, 사자라고 남을 공격하기만 한다면 세상을 살아 낼 수 없으니 말입니다.

책을 덮으면 마치 그림책을 읽은 듯 영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상징적인 삽화와 회화적인 글쓰기의 결합이 주는 힘입니다.

한데 우리말 제목이 아쉽네요. 감정 조종의 주체가 자신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시선과 안 맞습니다. 원제는 네덜란드어로 ‘Dertien rennende hertjes’입니다. 직역하면 ‘뛰어다니는 열세 마리 사슴’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