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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탄두 폭발 시험” 첫 언급… 일각선 “실제 위력 20∼30kt”

입력 | 2016-09-10 03:00:00

[北 5차 핵실험 위력얼마나]




북한이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감행한 5차 핵실험의 위력(폭발력)은 최소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북한이 ‘핵실험 단추’를 누른 직후 풍계리 일대에서 규모 5.0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됐는데, 이를 토대로 위력을 환산하면 10여 kt에 이른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핵실험 성공 여부는 분석을 해봐야 안다”면서도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한 이래 이번 핵실험 위력이 가장 컸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 ‘핵실험’ 아닌 ‘핵탄두 실험’ 주장

북한은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이번엔 핵실험에 사용한 핵물질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연구소 성명’ 발표에서 이번 실험이 핵탄두 폭발 실험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전략탄도탄로케트(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 성능,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했다”며 핵무기 실전 배치를 위한 마지막 점검이었음을 시사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까지의 핵실험이 폭발력 증강과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실험이었다면 이번엔 소형화된 탄두 크기 물체에 핵물질과 기폭장치 등 실전 사용 시 필요한 것들을 모두 집어넣고 위력을 최종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무게는 1t 이하, 지름은 90cm 이내로 소형화 및 경량화에 성공한 뒤 탄두를 스커드, 노동 등 미사일별로 탑재할 수 있도록 다종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핵무기 병기화는 보다 높은 수준에 확고히 올라서게 됐다”고 자평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1t까지 소형화했다면 사거리가 300km인 스커드-B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당장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 650kg까지 소형화했다면 사거리 3500km의 무수단에 실어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 1차 핵실험 후 10년 만에 넘긴 ‘10kt의 벽’

이번 핵실험의 실제 위력이 최대 30kt에 이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풍계리 일대가 암반이 단단한 화강암 지대이고 북한이 2010년 이미 수평 갱도 내에 9중 차단문과 3중 차단벽을 만드는 등 핵실험 충격 흡수 기술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을 감안해 위력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 로이터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이번 핵실험 위력이 20∼30kt이라고 보도했다.

1월 6일 같은 지역에서 감행된 4차 핵실험에선 규모 4.8의 인공지진이 발생했고, 위력은 6kt에 그쳤다. 1∼3차 핵실험 위력도 각각 1kt 미만, 3∼4kt, 6∼7kt에 그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초보 수준의 핵실험을 반복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적어도 10kt 이상의 위력을 기록해야 핵무기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4차 핵실험 후 8개월, 1차 핵실험 이후 10년 만에 이 벽을 넘어 핵탄두 실험까지 감행한 것이다.

위력으로 볼 때 북한은 플루토늄(Pu)이나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원자폭탄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으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15kt) 수준에 가까운 폭발력을 확보하며 기술 진일보에 성공한 만큼, 이를 발판으로 증폭핵분열탄 및 수소폭탄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 단계로 원자폭탄 내부에 이중수소와 삼중수소 혹은 리튬-6을 넣어 폭발력을 끌어올린 증폭핵분열탄의 경우 폭발력이 최소 40∼150kt에 이른다. 수소폭탄은 폭발력이 Mt(메가톤·1Mt은 TNT 100만 t의 위력)급이다.


○ 핵실험 실체 밝혀질까

북한이 이번 실험에 사용한 핵물질 종류에 대한 최종 판단은 3, 4일가량 소요되는 대기 중 남아있는 방사성물질 포집과 분석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실험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방사성물질 유출을 막고자 직선 갱도 대신 달팽이관 형태의 수평 갱도를 만들고, 차단벽도 곳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 포집 임무를 하는 미 공군의 특수정찰기 WC-135도 1월 4차 핵실험 당시 방사성물질 핵종 포집에 실패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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