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韓美 대응방안]국제사회 비웃듯 핵실험에 분노 전에 없던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 에어포스원 탄 오바마와 통화
靑 안보상황 점검회의 긴급소집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라오스 순방 도중 조기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해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교안 국무총리, 박 대통령,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이순진 합참의장.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지난달 29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지난달 24일 중부전선 쌍용군단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북한 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다양한 도발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면 국제사회 전체가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국내외에 호소해왔다.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걱정하고 있다”고 절박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응도 긴박했다. 오전 라오스에서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보고받은 뒤 공식 오찬 등 일정을 취소한 채 예정보다 3시간 반가량 빠른 오후 7시 반경 귀국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 방문 중 일정을 줄이고 긴급히 귀국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EAS 참석 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미국으로 귀국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국 시간으로 낮 12시부터 15분 동안 긴급 통화를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역대 핵실험 이후 한미 정상 간에 가장 짧은 시간에 이뤄진 통화”라고 설명했다. 귀국 직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조치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7월 몽골 방문 때는 사드 배치 설득을 위해 경북 성주에 내려간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 반 동안 사실상 억류됐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기간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이 벌어졌다. 그해 4월 중남미 순방 때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