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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은 시진핑… 사드배치 반대 명분 잃어

입력 | 2016-09-10 03:00:00

[北 5차 핵실험 국내외 반응]




올해 7월 8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등 북-중 동맹관계 강화를 암시해온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난처한 처지가 됐다. 북한이 직접 미사일에 장착할 소형 핵탄두 폭발실험을 했다고 밝힌 마당에 이를 막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이달 5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처리가 제대로 안 되면 각 측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발언한 지 불과 4일 만에 북한은 중국의 배려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중국 내부에서 확산돼 온 ‘사드 한반도 배치의 북한 원인 제공론’을 더 확대시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중국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며 한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9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정부는 사드에 반대한다고 미국과 한국에 압박을 가하더니 북한에 대해서는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정도로 제재를 이행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다시 시달리게 됐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올해 3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온 뒤 북-중 교역은 전년 동기 대비 4, 5월에는 줄어들었지만 6월에는 늘어나는 등 중국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미 거센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확인 직후 비교적 신속하게 강도 높은 외교적 비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3시 정례브리핑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오늘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4차 핵실험 때는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홈페이지에 미리 성명을 올렸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준수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발표한 외교부 성명에서 안보리 관련 결의 준수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 대변인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초치 방침도 밝혔다. 브리핑에선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엄정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브리핑 문답 후 스탠딩 문답에서 지 대사를 부르느냐는 보충 질문에 “당연히 대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관련 결의를 전면적이고 충실하게 이행해 오고 있다”고 대답해 동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매 시간 주요 뉴스로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보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단행 5분 후 제2급(주황색) 긴급 대응체계를 발동해 지린(吉林) 성 등 북-중 접경 지역에서 방사성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9일 오전 접경 지역인 지린 성 옌지(延吉)에서는 진동이 뚜렷하게 감지됐다고 현지 주민이 전했다.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흔들리는 교실에서 나와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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