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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진해운 600억 지원 또 연기

입력 | 2016-09-10 03:00:00

“배임 소지 있어”… 10일 다시 논의, 조양호 사재 400억은 9월 셋째주초 출연
현대상선 대체선박 미주 첫 출항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수습하기 위한 한진그룹의 긴급 자금 지원이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400억 원 규모 사재 출연은 13일 이전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해외 터미널 지분과 채권 등을 담보로 6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는 10일 오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이사회에서의 핵심 쟁점은 배임의 소지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조 회장이 1000억 원을 지원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사회는 자금 집행을 섣불리 결정했다가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자금의 회수 여부를 떠나 손해를 볼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경영적 판단을 강행하면 배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에 대해 검찰이 형사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주주들의 민사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측은 이날 “금융기관에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의 주가는 4.17% 내린 1만8200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은 9일(현지 시간) 한진해운의 파산보호 신청에 대한 추가 심리를 통해 한진해운의 채권자 보호 방안 등을 확인했다. 미 연방파산법원은 한진해운의 파산보호 신청을 임시 승인하면서 미국 내 채권자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었다. 삼성전자는 이 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하역업체에 비용을 지불할 테니 한진해운 선박에 묶인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8일(현지 시간) 요청하기도 했다. 2척의 한진해운 선박엔 총 3800만 달러(약 414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제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선박은 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78척, 벌크선 14척 등 모두 92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진해운 대신 미주항로에 투입된 현대상선의 첫 선박은 9일 오후 11시 부산항을 출항했다. 이 선박은 10일 전남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한진해운 직원들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진해운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 지지와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한정연·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