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실적 급급… 수익률 오류… 가입 240만명 넘었지만 숙제 산적
이건혁·경제부
“판매가 과열되는 양상이 있다.”(금융위원회 관계자)
올해 3월 14일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가 등장했다. 보름 만에 약 120만 명이 가입했고, 약 6605억 원이 ISA 계좌로 들어왔다. 이때만 해도 ISA는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처럼 ‘국민 재테크 통장’이 될 것만 같았다.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소비자의 수요나 시장의 현실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사들은 ‘1만 원이라도 가입해 달라’며 무리한 실적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를 부풀리기 위한 ‘깡통 계좌’도 양산됐다. 그런데도 금융투자업계는 “수익률만 잘 나오면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며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관리감독의 허점도 드러났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 수익률을 전수 조사해 31%에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황영기 금투협 회장이 부랴부랴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숫자를 목숨처럼 다뤄야 하는 금융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소비자들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ISA는 세금 혜택 등 장점이 많은 금융상품이다. 일각에서 ISA 바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가입 범위를 학생과 주부까지 확대하고 의무 가입 기간을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지금은 흥행보다 무너진 소비자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게 금융사가 실력을 키우고,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준다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을까.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