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정금리 상품 年최저 3% 넘겨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대출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늘어난 이자 부담이 1250조 원을 넘긴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고정금리 대출 상품인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최저 금리를 6월 말 연 2.69%에서 8월 말 2.74%로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5년 혼합형 대출의 최저 금리를 연 2.70%에서 3.05%로 올렸다.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받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대출은 지난해 말 최저 금리가 연 3%를 웃돌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춘 뒤 6월 말 2.7% 안팎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3%를 넘긴 상품이 나온 것이다.
다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의 변동금리는 여전히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아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변동금리 대출이자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코픽스가 10월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올랐다. 여기에다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연내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연준은 이달 20,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달보다 12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 대출 금리도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월간 기준 최대인 6조2000억 원이 늘었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