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이후/ 떠오른 핵무장론]‘북핵 대응책’ 갑론을박
핵실험 다음날 北-中 국경 북적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 날인 10일 오전 중국 지린 성 훈춘의 북-중 세관 앞에서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수해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한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이 강조했던 평양 여명거리 건설공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관련 자원을 북부 수해지역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 제공
○ 불붙는 ‘독자 핵무장론’
하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은밀히 핵개발에 나서기는 힘든 만큼 국제사회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며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반대할 경우 한국 안보의 주축인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는 게 독자적 핵무장론의 한계다.
일각에선 김정은 같은 비이성적 지도자와의 이성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핵무장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옛 소련과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 국민에게 피해를 미치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정은 같은 독재자는 주민들이 죽는 상황에도 꿈쩍하지 않는 비이성적 태도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핵이 핵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미군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국제 질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다고 밝힌 마당에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우리만 죽자 살자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동선언이 무용지물이 됐으니 전술핵 배치는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술핵을 들여오면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하고 개발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자적 핵무장론을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압박용으로 활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에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반도의 미국 전략 무기 기지화’를 주장했다. 언제든 핵을 탑재하고 즉각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나 원자력 잠수함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정은 체제엔 엄청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군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고, 기지 건설과 유지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국론 분열도 예상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