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차 핵실험 이후/ 전문가 5인 제언]‘김정은 폭주’ 어떻게 막나
김정은의 ‘핵 폭주’는 주기를 대폭 단축한 6, 7차 핵실험 강행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핵무기 실전 배치를 위한 최종 실험을 마무리하고, 머잖아 ‘셀프 핵보유국 선언’까지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 시나리오다.
○ 북핵 막을 군사적 방법은?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북핵 대응책으로 전격 공개한 ‘대량응징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작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를 직접 겨냥해 보복한다는 개념인데 선제공격이 쉽지 않은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란 지적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은 “핵 공격으로 수십만∼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의 사후 응징 보복은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목표물을 반경 2∼3m 내에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루스나 순항미사일 ‘현무-3’, 김정은이 숨을 지하 벙커를 초토화하는 정밀유도폭탄 ‘벙커버스터’ 등 정밀 타격 자산을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대거 전진 배치해 북한 수뇌부와 핵 시설을 몇 분 안에 타격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 전 수석은 “핵을 핵으로 억제한다는 건 정밀 무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1960, 70년대 이야기”라며 “지금은 전술 핵의 파괴력에 맞먹는 정밀 타격 수단이 많은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실험이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시 대북 경고 차원으로 전략 핵 폭격기 B-52 등 미군 전략 자산을 전개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한반도 상공을 훑고 지나가는 ‘에어쇼’ 방식의 전개에 이미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가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소탕 작전을 지휘했던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예비역 중장)은 “한반도에 전략 자산을 순환 배치하거나 아예 한반도를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가 배치된 주일 미군기지처럼 전략 무기 기지로 만드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사드 필요성을 설득하는 ‘골든타임’을 북한이 되찾아 준 격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사드 배치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군사적 대책이라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최우선으로 사드부터 배치하고 다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접어든 이상 군사 전략에 더해 비군사적 전략인 대북 정보 활동과 심리전 등을 대폭 강화해 북한 정권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은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거나 통일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핵을 사용할 것”이라며 “미군의 확장 억제 전력 추가 전개를 요구하고 비군사적 전략을 촘촘히 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은 그동안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핵·경제 병진 노선마저 포기하고 ‘결정적 한 방’에 해당하는 핵에만 정권의 모든 역량을 퍼붓는 모습이다. 강 전 장관은 “김정은은 핵무기 완성을 통해 군이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여유가 있을 때 경제 건설을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장 전 정책실장은 “김정은은 리비아 카다피나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몰락했던 이유가 ‘결정적 한 방’인 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며 “북한 정권의 위기가 가속화될수록 핵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최종 목표인 소형화된 핵탄두를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원자폭탄 원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생산에 집중해 핵무기를 최단 기간에 증강한 다음 핵군축을 명분으로 미국과 대응한 지위를 인정받으며 협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은 핵 군축 협상을 위해 핵을 우선 보유하려는 것”이라며 “핵 대국의 지위를 비공식적으로라도 얻은 뒤 미국이 한반도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를 목표로 한 북-미 양자 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전 수석도 “북한은 추가 대북 제재로 북한 정권이 아예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핵무기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매우 조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