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책으로 엮은 ‘해밀턴’
어지간한 자리의 푯값이 30만∼50만 원이고, VIP석은 200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여전히 표를 구하기 어렵다. 인터넷에선 정가의 4∼5배에 이르는 암표가 버젓이 팔리고, 한때 위조된 표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2월 그래미상을 움켜쥐더니, 4월엔 언론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퓰리처상(드라마 부문)을 받았다. 6월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는 뮤지컬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음악상, 의상상, 조명디자인상 등 11개 상을 휩쓸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해밀턴 열풍의 이유’를 진단하는 기획기사들을 쏟아내 왔고 관련 보도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워싱턴과 뉴욕의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선 ‘뮤지컬 해밀턴을 보지 않은 사람은 대화에 낄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밀턴 제작의 뒷얘기와 뮤지컬 대본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엮은 신간 ‘해밀턴: 혁명(Hamilton: The Revolution)’은 이런 갈증을 채워 주기 위해 출간된 책 중 하나. 이 뮤지컬을 기획하고 주인공(해밀턴) 역까지 맡았던 린매뉴얼 미란다가 칼럼니스트 출신 공연기획자 제러미 매카터와 함께 썼다. 매카터는 자신의 칼럼에 “힙합과 랩이 뮤지컬 시장을 살려낼 수 있다”고 쓴 적이 있는데 미란다가 그를 만나 “해밀턴의 일생을 힙합 음악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8년 어느 밤, 어느 선술집에서였다. 매카터는 “우린 분명 취해 있었지만 미란다의 제안은 농담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미 언론들은 해밀턴의 인기 비결에 대해 △재미없는 역사 이야기를 젊은 감각의 힙합과 랩으로 흥미롭게 표현했고 △백인인 건국의 아버지들을 흑인과 히스패닉 배우들이 연기한 것도 다양성의 시대에 맞으며 △해밀턴과 초대 국무장관이자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의 라이벌 구도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뉴욕타임스 ‘비소설 부문 톱15’에 20주 넘게 올라 있는 신간 ‘해밀턴’은 이 긴 설명을 이렇게 짧게 정리했다. “해밀턴은 혁명을 혁명적으로 표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